서문 – 이억배, 한국적 정서를 그리는 이야기꾼의 붓끝에서이억배 작가는 한국 그림책계에서 가장 한국적인 시선을 가장 세심하게 구현해 내는 예술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단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한국의 시골 풍경과 전통 민화의 화법, 그리고 어린이의 눈에 비친 세계의 색채를 한 화면 안에 겹쳐 표현하는 문화 해석자이자 감각적 철학자라 할 수 있다. 그의 그림 속 인물들은 과장되면서도 생기 있고, 배경은 단순하면서도 구체적이다. 이억배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어린이는 단지 독자가 아니라, 이야기와 전통을 연결하는 감각의 주체로 재현된다.대표작인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는 단순한 전래동화 재현을 넘어, 강하고 주체적인 여성상, 농촌 공동체의 따뜻한 연대, 상징으로 가득한 공간 구성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