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

한국 전래동화의 현대적 재해석 시도한 작가 5인 분석

blog0510-1 2025. 4. 19. 21:39

백희나 – 감성과 상상력으로 재창조한 전래의 감성

대표작: 《연이와 버들도령》, 《장수탕 선녀님》

백희나 작가는 그림책의 스토리뿐만 아니라 시각적 감성까지 총체적으로 설계하며, 전래동화의 감성과 구조를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는 데 성공한 대표적인 작가입니다. 대표작 중 하나인 《연이와 버들도령》은 고전 전래동화의 전형적인 구성을 빌리되, 여성 주인공인 연이가 소극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행동하는 주체적 캐릭터로 재탄생합니다. 이는 전통 동화에서 흔히 등장하던 수동적인 여성상과는 뚜렷이 대조되며, 오늘날 독자들에게 더 큰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백 작가는 전통적인 요소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대 아이들의 심리에 맞는 섬세한 감정 묘사를 통해 고전이 현대에도 유효한 정서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백희나의 그림책은 디지털 도구가 아닌 직접 손으로 제작한 인형과 무대 세트를 활용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는 전통적인 손맛과 따뜻한 감성이 이야기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기계적이지 않은 인간적인 동화 세계를 구축하게 해 줍니다. 《장수탕 선녀님》 역시 전래동화의 상징인 '선녀'라는 캐릭터를 공공목욕탕이라는 현대적 배경 속에 등장시켜, 현실과 환상이 절묘하게 뒤섞인 공간에서 감동을 유도합니다. 이런 방식의 재해석은 아이들에게 ‘이야기는 현실과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 주며, 전래동화가 옛날이야기에만 머무르지 않고 오늘을 사는 우리와 연결된 콘텐츠로 살아 숨 쉬게 만듭니다.

이억배 – 전통미와 사실성을 결합한 민화적 해석

대표작: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흥부와 놀부》, 《세상에서 가장 힘센 수탉》

이억배 작가는 한국 전래동화의 시각적 재해석에 있어 가장 정통성과 예술성을 두루 갖춘 작가로 평가받습니다. 특히 그의 그림에는 민화와 판화에서 차용한 색채와 구도, 인물 표현 기법이 그대로 살아 있어, 그림책을 단순한 유아 독서물로 보기보다는 하나의 시각예술 작품처럼 감상할 수 있습니다.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에서 그는 할머니 캐릭터를 단순히 두려움에 떠는 노인이 아니라, 기지를 발휘해 위험을 이겨내는 지혜로운 존재로 묘사하며 강한 여성상과 생존 본능을 함께 보여주는 입체적 해석을 선보였습니다.

이억배 작가의 전래동화 재해석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전통의 틀 안에서 현대적 시선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식’입니다. 《흥부와 놀부》에서는 인물 간의 대비를 단순한 도덕적 흑백 구도로 묘사하기보다는, 각각의 삶의 배경과 내면 감정을 복합적으로 보여주며 공감과 성찰의 여지를 제공합니다. 그의 그림은 전래의 익숙한 이야기 구조를 따르면서도 세부 묘사와 시선 처리에 있어 세대 간 이해와 공동체적 가치를 회복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억배는 전래동화가 지닌 구술문화의 맥락과 민속적 감수성을 시각 언어로 번역해 내는 데도 능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힘센 수탉》과 같은 유쾌한 작품에서는 권력, 힘, 질서에 대한 풍자를 시각적으로 흥미롭게 그려내어 아이뿐 아니라 성인 독자에게도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그의 그림책은 단지 옛이야기를 아이 눈높이에 맞춰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전통문화를 현대적 관점으로 풀어내는 미적 실험의 장이기도 합니다.

 

한국 전래동화의 현대적 재해석 시도한 작가 5인 분석

김황 – 생태와 철학을 담은 동화의 현대적 재해석

대표작: 《개구리네 한솥밥》, 《나의 첫 자연 수업》 시리즈

김황 작가는 한국 전래동화의 생태적·철학적 메시지를 현대의 시선으로 재구성해내는 작가입니다. 전통 설화 속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서 영감을 받아 공존, 생명 순환, 생태 윤리를 주제로 한 작품을 지속적으로 발표해 왔습니다. 《개구리네 한솥밥》은 ‘함께 나누는 식사’라는 소재를 통해 공동체와 생명의 의미를 탐색하며, 이는 ‘흥부와 놀부’류의 나눔의 미덕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결과물입니다. 김황은 특히 아이들이 자연과 접촉하며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질문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이야기를 통한 생태 감수성 교육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동화를 읽는 것을 넘어서 아이들이 세계를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제공합니다. 이는 전래의 교훈성을 생태철학으로 전환한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습니다.

한태희 – 전래동화의 시각 언어를 현대 디자인으로 전환

대표작: 《떡보 먹보 호랑이》, 《용을 타고 날아온 새》

한태희 작가는 전래동화의 시각적 요소를 현대적인 그래픽 디자인과 결합시켜 시각적으로 강렬하면서도 전통적 맥락이 살아있는 그림책을 제작합니다. 특히 《떡보 먹보 호랑이》는 고전 설화를 토대로 하되, 서사 구조를 리듬감 있고 유머 있게 재구성하며 시청각적 즐거움과 전통 미감을 모두 만족시키는 작품으로 주목받았습니다. 그는 디자이너 출신으로서, 한국적 색채와 형태, 여백의 미를 살리면서도 아이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현대적 도형 중심 구성을 사용하는 데 능합니다. 이러한 시도는 전래동화가 촌스럽고 오래된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재해석 가능한 예술 콘텐츠임을 입증해 줍니다. 그의 작업은 국내외 도서전에서도 주목받으며, 전래동화의 글로벌 감각 확장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정하섭 – 다문화적 시선으로 전래 서사의 보편성 회복

대표작: 《금도끼 은도끼》, 《의좋은 형제》 재창작 시리즈

정하섭 작가는 다문화 교육과 연계하여 전래동화의 보편적 가치를 현대적으로 조명하는 작가입니다. 그는 고전의 이야기 구조와 교훈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문화권의 아동도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와 배경을 담아냅니다. 예를 들어 《금도끼 은도끼》를 재해석한 작품에서는 단순한 정직의 미덕뿐 아니라, 환경 윤리와 인간의 탐욕 문제까지 함께 다루며 이야기의 층위를 확장시켰습니다. 또한 《의좋은 형제》에서는 서로를 돌보는 마음을 통해 가족 외에도 타인을 이해하는 보편적 연대감을 강조합니다. 그는 전래동화를 통해 한국만의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는 동시에, 그것이 세계 어느 아동에게도 유의미한 이야기로 기능할 수 있도록 재구성합니다. 이는 전래 콘텐츠의 교육적 유효성을 확장시키는 모범적 접근 방식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마무리: 전래동화,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힘

전래동화는 오랜 세월 동안 공동체의 가치, 가족의 의미, 인간의 본성과 자연과의 관계를 이야기 속에 담아 전해 내려온 문화 자산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이 전통적 콘텐츠가 여전히 유효하고도 생생하게 읽히기 위해선 단순한 재생산이 아니라, 창조적 재해석이 필요합니다. 위에서 살펴본 백희나, 이억배, 김황, 한태희, 정하섭 작가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전래동화에 현대적 의미를 덧입히며, 전통과 오늘을 연결하는 문화적 다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고정된 서사 구조를 해체하거나 시각적으로 새롭게 구성하고, 고전적 캐릭터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으며, 이야기의 배경을 오늘날의 현실과 감성으로 변환함으로써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아이들도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동화를 만들어냅니다. 이는 단순히 유아 독서의 질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보여주는 문화적 실험이자 교육적 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래동화는 단지 과거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세대를 잇고, 감정을 이어주며, 상상력을 확장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아이들에게는 상상과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이 특별한 장르는, 오늘날 디지털 세대에서도 여전히 의미 있는 콘텐츠로 자리할 수 있음을 위 작가들의 작업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전래동화의 현대적 재해석은 문화유산의 재창조이자, 콘텐츠 시대에 더욱 빛나는 이야기의 진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