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

데이비드 위즈너의 ‘무언(無言) 그림책’이 주는 서사력 교육

blog0510-1 2025. 4. 17. 13:53

무언의 상상력, 데이비드 위즈너 – 텍스트 없는 세계를 이야기로 만드는 마술사

데이비드 위즈너는 미국 현대 그림책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진 작가다. 그는 세 차례 칼데콧 메달을 수상하며 전 세계 그림책 독자들에게 '무언 그림책(wordless picture book)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화요일》, 《플롯 없는 이야기》, 《이상한 화요일》과 같은 작품에서 위즈너는 단 하나의 문장 없이도 독자를 서사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는 시각적 기법을 발휘한다. 그는 말 대신 이미지를 사용해 독자에게 '해석의 자유'를 제공하며, 아이뿐 아니라 성인 독자까지 매혹시키는 서사 구조를 완성한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글이 없는 것이 아니라, ‘글 이상의 언어’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화면의 구도, 시점 전환, 프레임 나누기, 미묘한 표정 묘사와 색의 농담을 통해 그는 장면마다 복선과 반전을 심는다. 위즈너의 그림은 하나의 시각적 언어로 기능하며, 어린이들이 이야기의 실마리를 능동적으로 구성하게 만든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읽기의 개념을 확장시키고, 상상력과 추론 능력을 자극하는 교육적 효과를 가져온다. 그는 항상 “아이들은 이야기의 공동 창작자”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작업한다.

위즈너는 회화적 기법에도 탁월하다. 수채화와 세밀한 드로잉, 디지털 조합을 유연하게 사용하는 그는, 몽환적인 분위기와 초현실적인 전개를 자연스럽게 결합한다. 이 덕분에 그의 그림책은 판타지, 추리, 현실 비틀기라는 장르적 유희를 품고 있으며, 이를 통해 독자는 장면 너머에 숨은 세계를 상상하게 된다. 데이비드 위즈너는 그림책의 문법을 해체하고 재구성함으로써, 시각적 상상의 지평을 넓혀준 현대 그림책 예술의 연금술사라 할 수 있다.

무언 그림책이란 무엇인가: 언어 너머의 상상력을 여는 창

무언(無言) 그림책은 문자 없이 이미지로만 이야기를 전개하는 독특한 형식의 그림책이다. 이 책들은 언어에 의존하지 않고도 복잡한 이야기 구조, 정서, 주제를 전달할 수 있으며, 독자의 상상력과 해석 능력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교육적 가치가 크다. 특히 데이비드 위즈너(David Wiesner)의 작품은 무언 그림책의 가능성을 극대화한 사례로 손꼽힌다. 그의 대표작 Tuesday, Sector 7, Flotsam 등은 텍스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상징과 암시, 시간과 공간의 자유로운 전환, 시각적 내러티브 구성으로 독자에게 하나의 "읽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무언 그림책은 다양한 연령의 독자에게 상상의 자유를 부여하며, 독자가 능동적으로 스토리를 창조하게 하는 힘을 지닌다. 특히 언어 발달 초기의 아동이나 언어장애 아동에게도 접근성이 높아 언어적 배경을 초월한 교육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서사력 발달과 무언 그림책: 이야기 구성 능력의 기초를 다지다

서사력(narrative competence)은 이야기를 이해하고 구성하며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으로, 아동의 인지 발달, 사회성, 창의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데이비드 위즈너의 무언 그림책은 아이들이 스스로 등장인물의 감정과 동기, 사건의 원인과 결과, 시간적 흐름을 유추하며 이야기를 재구성하게끔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단순히 수동적인 독자가 아닌, 능동적인 이야기 창조자가 된다. 예를 들어, Flotsam에서는 해변에서 발견된 카메라 속 사진들을 통해 등장인물과 독자가 함께 상상력을 확장하고, 보이지 않는 세계를 탐색한다. 이처럼 위즈너의 그림책은 아동이 ‘이야기를 만드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며, 이후 글쓰기, 발표, 토론 등 다양한 학습 영역에서의 표현 능력으로 연결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무언 그림책은 단순한 그림 감상이 아니라, 이야기 구조에 대한 이해와 창조적 재구성이라는 고차원적 사고를 자극하는 매개체다.

데이비드 위즈너의 무언 그림책이 주는 서사력 교육

 

다문화 교육과 언어의 장벽을 넘는 매체로서의 무언 그림책

글 없는 그림책은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다양한 문화권의 아동들이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서사 매체다. 데이비드 위즈너의 작품은 특정 언어나 문화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 이미지와 서사구조를 통해 전 세계의 독자들과 소통한다. 특히 다문화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이나 제2언어 학습자에게 있어 무언 그림책은 언어적 부담 없이 이야기 구조를 파악하고 표현할 수 있는 교육 도구로 탁월하다. Sector 7에서는 현실 세계와 상상 세계가 융합된 시각적 세계관을 통해 ‘다름’과 ‘공존’을 상징적으로 제시하며, 문화 간 상호이해를 유도한다. 교사는 이러한 무언 그림책을 활용해 아동들이 다양한 시선에서 이야기를 해석하도록 격려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활동을 통해 포용성과 공감 능력을 기를 수 있다. 무언 그림책은 단지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언어 없이도 소통이 가능하다는 교육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데이비드 위즈너 그림책의 교육적 적용: 수업 사례와 실천 전략

위즈너의 무언 그림책은 실제 교육 현장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Tuesday를 중심으로 수업을 구성할 경우, 학생들에게 그림을 시간 순서대로 배열하게 한 후 각 장면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글이나 말로 표현하게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논리적 사고, 추론 능력, 표현력 등을 고루 발달시킬 수 있으며, 문해력 향상에도 기여한다. 또한, 같은 장면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비교하면서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사회적 학습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무언 그림책을 통한 글쓰기 활동, 스토리보드 작성, 연극 활동은 창의적 스토리텔링 능력을 강화시키는 훌륭한 교육 전략이다. 위즈너의 작품은 교육 현장에서 정답을 요구하지 않고 ‘다양한 정답’을 인정하는 열린 학습을 실천하는 데 큰 자산이 된다. 이는 아동의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키우고, 자율성과 상상력, 자신감을 증진시키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