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상상과 감정을 진지하게 존중한 작가, 존 버닝햄
존 버닝햄은 그림책이 단순한 유아용 이야기를 넘어선 예술적 매체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영국 작가이다. 그는 《지각대장 존》,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우리 할아버지》 등의 작품을 통해 어린이의 현실과 상상을 잇는 독보적인 서사 구조를 구축했다. 특히 그의 초기작들은 1960년대 이후 영국 그림책 문화를 새롭게 정의했으며, 문학성과 회화성을 동시에 갖춘 드문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의 그림은 종종 투박하고 거칠며, 수채와 콜라주가 혼합된 자유로운 형식을 띠지만 바로 그 불완전함 속에서 아이들의 감정과 세계를 진실되게 포착한다. 또한 이야기 구성에서도 어른이 통제하는 도덕적 교훈보다는 아이 스스로의 욕망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식을 택한다.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에서는 사회로부터 소외된 존재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생존하고 인정받는 과정을 통해 다름을 수용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우리 할아버지》에서는 죽음이라는 주제를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정서적으로 다룬다. 존 버닝햄의 작품은 단지 이야기와 그림으로 끝나지 않고,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느끼고, 해석하게 하는 열린 구조를 지닌다. 그의 파트너이자 동료 작가인 헬렌 옥슨버리와의 협업 또한 그림책이 관계성과 감정의 층위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존 버닝햄은 어린이의 세계를 단순화하거나 보호하는 대신, 그들이 가진 복합적 감정과 상황을 진지하게 존중했고, 이는 곧 현대 그림책 교육이 지향하는 핵심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 그의 책은 아이들에게 위로와 상상을, 어른에게는 회고와 성찰을 안기며 세대를 아우르는 정서적 다리를 놓는다.
"자율성과 개별화 교육을 중심으로 본 그림책의 교육적 가능성"
초기 작품 속 '아동 주도성'의 원형
영국의 대표적인 그림책 작가 존 버닝햄(John Burningham)은 1963년 Borka: The Adventures of a Goose With No Feathers로 데뷔한 이래, 아동의 세계를 독창적 시선으로 풀어낸 선구적인 작가다. 초기 대표작 Mr. Gumpy’s Outing, Cannonball Simp, Avocado Baby는 모두 성인의 시선이 아닌 ‘아이 자체의 욕구와 관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특히 주인공들은 언제나 명확한 규칙과 통제보다는 자유롭게 탐색하고, 실패와 갈등 속에서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 나간다. 이는 현대 유아교육의 중심 가치인 ‘아동의 자율성 존중’과 일치하며, 교사 중심에서 아동 중심으로 전환하는 교육 철학을 조기에 반영한 사례로 평가된다.
상상력 기반의 비선형 서사와 개별화 교육의 접점
존 버닝햄의 초기 작품은 전형적인 기승전결 구조를 따르지 않고, 때로는 허무맹랑해 보이는 이야기 전개를 통해 ‘아동의 내면세계’를 강조한다. 이는 바로 유아 개인의 경험과 발달 수준에 따라 다른 해석과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개별화 교육의 요소와 맞닿아 있다. 예를 들어 Cannonball Simp에서는 버려진 강아지가 스스로 서커스에서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며, 아동 각자의 정체성, 용기, 문제 해결 능력 등을 투영할 수 있는 열린 독서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열린 서사는 2019 개정 누리과정이 추구하는 놀이 중심, 유아 주도, 의미 있는 경험이라는 키워드와 정확히 맞물린다.
자유성과 감정 표현의 확장을 돕는 내러티브
존 버닝햄의 초기 그림책들은 등장인물이 감정적 통제를 받지 않고, 다양한 감정 상태를 솔직히 드러내도록 구성된다. Mr. Gumpy’s Outing에서는 아이들과 동물들이 배 위에서 서로 다투고 소란을 피우는 장면이 등장하지만, 버닝햄은 이를 교정하려 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준다. 이는 아이들에게 감정을 억제하기보다, 표출하고 인식하며 타인과 조율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학습하게 한다. 특히 유아기의 감정 조절 능력은 자율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이러한 내러티브는 교육 현장에서 사회·정서 역량 강화와도 관련 깊다. 자율성을 억제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발달시키는 교육 목표와 맥을 같이하는 지점이다.
개방형 텍스트와 놀이 중심 교육의 융합 가능성
존 버닝햄의 그림책은 텍스트보다 이미지가 더 많은 정보와 여지를 전달하며, 해석이 열린 방식으로 구성된다. 이는 유아 개개인이 책을 읽으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구성하고, 상상과 놀이로 확장시킬 수 있는 구조다. 예컨대 Come Away from the Water, Shirley에서는 부모가 해변에서 지루하게 앉아 있는 동안, 셜리는 상상 속에서 해적과 모험을 즐긴다. 교사는 이 장면을 놀이 중심 수업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시킬 수 있으며, 개별 아동의 상상력과 표현 욕구에 맞춘 개방형 수업 설계가 가능하다. 이는 2019 개정 유아교육 과정이 추구하는 '놀이가 곧 배움’이라는 철학을 실현할 수 있는 훌륭한 그림책 기반 활동 예시가 된다.
현대 유아교육과의 실천적 접목 가능성
오늘날 유아교육 현장은 교사 주도적 전달 방식에서 벗어나, 아동 주도의 프로젝트 접근법과 놀이 중심 활동을 강조한다. 존 버닝햄의 초기 그림책들은 단지 문학적 가치에 그치지 않고, 실제 교육 현장에서 자율성과 개별화를 실현할 수 있는 교육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Avocado Baby는 또래보다 체구가 작은 아기를 통해 ‘자기 효능감’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며, 역할놀이나 그림책 중심의 토의 활동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런 방식은 유아 스스로 삶의 주체로 성장하도록 돕는 전인적 발달 접근과도 깊이 맞닿아 있다.
'유아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림책 속 여성 주인공의 진화: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0) | 2025.04.18 |
---|---|
숀 탠의 그림책으로 바라본 이민자의 정체성에 대한 조명 (1) | 2025.04.18 |
비주류 유럽 언어권 출신의 그림책 작가 8인 소개 (0) | 2025.04.17 |
어린이 상상력 교육 관점에서 바라 본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환상성 (0) | 2025.04.17 |
데이비드 위즈너의 ‘무언(無言) 그림책’이 주는 서사력 교육 (0) | 2025.0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