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

세상을 만들고, 노래하듯 흐른다 – 이지은 그림책의 ‘전설’과 ‘리듬’이 아이에게 주는 창조의 힘

blog0510-1 2025. 4. 21. 07:16

작가 소개 및 세계관 - 이지은, 상상의 경계를 허무는 이야기꾼

이지은 작가는 한국 그림책계에서 상상력과 실험성의 경계를 끊임없이 확장해 온 독창적인 이야기꾼이다. 《종이 아빠》로 가족의 본질을 종이에 투영하고, 《이파라파냐무냐무》로는 아무 의미 없는 듯한 말소리 하나를 통해 감정의 폭풍을 풀어냈다. 특히 《팥빙수의 전설》, 《친구의 전설》, 《태양왕수바》 등에서는 ‘전설’이라는 독특한 틀을 통해 아이가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할 수 있도록 이끈다. 이지은의 그림책은 단순히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아이가 세상을 새롭게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적극적 존재임을 자각하게 한다. 이지은의 세계는 매끄럽고 통일된 현실이 아니라, 엉뚱하고 기발하며 리듬과 말장난으로 이루어진 ‘아이의 세계’ 그 자체다.

세상을 만들고, 노래하듯 흐른다 - 이지은 그림책의 '전설'과 '리듬'이 아이에게 주는 창조의 힘

아이가 만든 '전설' - 자기 효능감의 서사 구조

《팥빙수의 전설》과 《친구의 전설》은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취하는 듯하지만, 실상은 아이가 서사를 창조하는 작가이자 세계의 중심으로 등장하는 작품이다. 현실에서는 팥빙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사실’을 알려주지 않지만, 이지은의 그림책은 ‘우리가 전설을 만들어줄게’라며 아이에게 이야기의 원천을 위임한다. 이러한 구조는 아이에게 ‘내가 세상을 해석하고 설명할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을 부여한다. 전설이라는 말은 보통 어른이 전해주는 과거의 지식이지만, 이지은은 그것을 아이의 입에서 새롭게 출발시킨다. 그 결과, 그림책을 읽는 아이는 ‘지금 이 순간의 내가 세계를 움직일 수 있다’는 상상력을 체화하게 된다.

민속 요소와 유머 - 문화적 토양 위에 세운 놀이성

이야기의 구조만이 아니라, 이지은의 전설 시리즈는 민속적인 요소와 유머를 통해 문화와 놀이를 동시에 포용한다. 《태양왕수바》는 이국적 전통과 리듬을 혼합한 창조물로, 마치 신화를 재해석한 듯한 기운을 풍긴다. 여기에 들어 있는 과장된 반복, 장황한 이름, 부조리한 인물 설정 등은 어린 독자에게 복잡한 문화적 상징을 ‘웃음’이라는 친근한 형태로 제공한다. 민속 요소는 어린이에게 단절된 과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바꿔 쓸 수 있는 ‘살아 있는 이야기’로 변모한다. 전통과 유머를 섞은 이 방식은 아이가 문화를 ‘배우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만드는’ 존재임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한다.

낯선 말소리와 리듬 - 아이를 안정시키는 감각적 장치

《이파라파냐무냐무》와 《츠츠츠츠》는 소리의 유희를 통해 감정에 접근하는 감각적 그림책이다. 의미 없는 듯한 소리의 연쇄는 사실상 불안, 긴장, 공포 같은 감정을 흡수해 버리는 일종의 ‘심리적 리듬 장치’로 기능한다. 아기들이 엄마의 자장가에 반응하듯, 이지은의 소리 놀이 그림책은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패턴을 제공한다. 특히 《이파라파냐무냐무》에서 반복되는 환상적인 어휘들은 낯설면서도 아이의 주의를 끌고, 이끌고, 달랜다. 리듬은 언어 발달을 도울 뿐 아니라, 감정 조절과 신체 반응에까지 영향을 주며 아이의 내면을 조화롭게 정리해 주는 역할을 한다.

감정을 유희로 다루는 구조 - 슬픔과 불안을 안아주는 유머

이지은의 말놀이 그림책들은 단순한 언어 유희를 넘어서, 감정의 순환 구조를 지니고 있다. 《츠츠츠츠》는 소리의 반복을 통해 아이가 불안을 놀이로 전환할 수 있게 돕는다. 익숙하지 않은 낯선 감정이 등장할 때, 그 감정을 일단 소리와 웃음으로 비틀고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게 만들면 아이는 그것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이지은의 유머는 겉으로만 웃긴 것이 아니라, 정서적 환기를 도와주는 장치다. 유머와 말장난은 아이에게 자기감정을 조율하는 힘을 부여하며,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받아들이게 해 준다. 감정의 무게를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가볍게 다룰 수 있다는 유연함이 바로 이지은 그림책의 핵심 미덕 중 하나다.

창조성과 감정의 연결 - 아이는 예술가이자 존재 그 자체

이처럼 이지은의 그림책은 이야기와 소리라는 두 축을 통해, 아이에게 ‘세계를 만들 수 있는 존재’이자 ‘자기감정을 스스로 다룰 수 있는 존재’ 임을 알려준다. 전설을 창조하는 아이, 이상한 말소리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아이, 기발한 이야기 구조를 따라가며 끝내 웃는 아이. 이 모든 아이는 수동적인 독자가 아니라 세계의 창조자이며 자기감정의 주체이다. 그림책을 통해 아이는 ‘예술가적인 존재감’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되며, 이는 자존감과 자율성, 정체성 형성의 중요한 바탕이 된다. 이지은의 그림책은 단지 창의적인 상상의 결과물이 아니라, 아이의 내면을 조용히 강화시키는 예술적 도구다.

유희와 의미의 융합 - 그림책이 교육을 넘어서는 방식

이지은의 그림책은 단순한 교육적 콘텐츠를 넘어선다. 그녀의 작품은 ‘재미있다’는 이유로만 아이에게 좋은 것이 아니라, 그 재미 안에 의미와 감정, 문화와 정체성이 응축되어 있다. ‘전설’은 아이를 주인공으로 세우고, ‘리듬과 말놀이’는 감정을 다루게 한다. 이 두 요소가 합쳐질 때, 그림책은 놀이이자 교육이 되고, 유희이자 자아 발견의 공간이 된다. 교육적 가치를 명시적으로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는 정서적·문화적 층위를 담아내는 이지은의 그림책은, 애드센스를 통한 콘텐츠 확장에서도 분명 독자와 플랫폼 양쪽 모두에게 높은 가치를 지닌다. 이지은의 상상력은 결국,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더 다채롭고 자신감 있게 만들어준다.